[스크랩] 장 맛 좋은 집 『된장과 항아리』

1편 된장과 항아리
된장 이야기

 

 

 

 

맛깔지다는 느낌이 들고 슬며시 입안 가득 침샘을 자극하는 풍미가 나도 모르게 일며 마음이 푸근해지는 계절입니다. 가을 김장이며 때때로 사용도 하고 내년 봄 고추장을 담글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맛있는 집을 찾아가는 일은 즐겁습니다.
좋은 음식과 함께 하는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 아니라 할 사람 있는지요. 음식 맛이 좋으려면 우선 그 집의 장맛이 좋아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맛있는 집을 널리 알리고자 이 글을 연재하고자 몇 년 전부터 준비를 하여 왔었다. 이제 제법 많은 정보와 자료가 축적되어 본격적으로 『장 맛 좋은 집』으로 한사의 문화마을에서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이야기로 아무래도 맛하면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먼저 연상되는 ‘장’에 대하여, 그 중에서도 당연히 ‘된장’과 그런 된장을 담는 그릇 ‘옹기’에 대하여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하는 먹거리 중 대표적인 음식이 된장일 것 입니다. 또한 된장만큼 한국 사람의 정서를 잘 대변해주고 마치 솜씨 좋은 목수가 짠, 꼭 들어맞는 문틀처럼 어울리는 것도 없을 성 싶습니다. 그 된장을 우리는 얼마만큼 알고 있으며, 과연 어느 정도 우리 생활과 삶에 중요한가를 인식하고 있는가도 생각하여 볼 문제인 것입이다.
이번엔 그 된장에 대하여 간단한 의미만 짚어본 뒤, 이번호의 이야기 '흙으로 돌아가는 그릇'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된장은 그 지닌 영양가와 맛의 담백함과, 다른 먹거리 재료와 거부감 없이 어울리는 부침성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음식에 감초처럼 사용되지요. 특히 나물이나 국, 찌게 등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그 쓰임은 더욱 크다 할 것입니다. 콩으로 만들었으되 일반적인 콩으로 만든 음식거리와는 전혀 별개의 모습을 지녔고, 그러면서도 일차적인 원료인 콩과도 잘 어울리는 된장!
비단 이 된장만을 우리는 ‘장’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고추장이며 간장도 빠트릴 수 없는 조리의 재료이며 간거리가 아닌지요.
더구나 푸성귀가 지천인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이 된장의 쓰임이 더욱 다양하며 각각의 독특한 어울림으로 쌈이며 국, 찌게 등 우리 식탁에 빼 놓을 수 없는 간맞춤의 기본 틀이라 하겠습니다. 아, 물론 남새와도 된장은 아주 잘 어울립니다.

또 한편 그 만들어지는 과정과 형태로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합니다.
된장은 간장이나 고추장보다 한층 더 다양하게 발달하여 청국장, 담북장, 막장, 빰장, 가루장, 볶음장 등이 있더군요.
그것들의 형태적 설명을 하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청국장은 겨울철에 햇콩을 삶아서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서 하룻밤 진이 나도록 띄워, 생강과 마늘을 넣고 찧은 다음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어 보관하며, 한겨울 익은 김장김치에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고 끓여 먹지요.

②담북장은 콩을 볶은 후 다시 삶아서 띄운 다음 굵은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을 넣고 소금을 쳐서 익힌 장을 그렇게 부릅니다.

③막장은 날메주를 방아나 절구로 빻아 소금물에 짓이겨 익히거나, 콩메주 가루를 약간 띄운 보리밥에 섞은 후, 소금물을 넣어서 익힌 장을 말합니다.

④빰장이라는 장은 메주를 가루로 빻아 미지근한 물에 버무리고, 여기에 소금과 굵은 고춧가루를 섞어 하룻밤 재운 장입니다.

⑤그리고 또 하나의 된장인 가루장은, 보리쌀을 맷돌에 갈은 후 쪄서 적당량의 메줏가루를 섞어 소금물을 부어 만든 장이라는 군요.

⑥볶음장은 콩을 볶아서 그 껍질을 벗겨내고 다시 솥에 안친 다음 삶아서 띄워 만든 장입니다.

이렇게 된장의 종류는 그 만드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지녔고, 그 외에도 조리방법이나 추가되는 부재료에 따라 각기 다른 명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제가 어렸을 적엔 메주나 보리와 같은 곡물로 장을 만들기는 생활이 어려우니 아주 적은 양의 메주가루를 밀가루풀과 버무려 된장을 담그기도 했습니다. 뭐 맛이야 그다지 좋을리 없지만 그나마 없는 살림엔 그거라도 있어야 때꺼리를 만들 수 있었으니 요즈음 아이들이 들으면 ‘엄마 된장 슈퍼에 많아.’라 할 일이지요.

 

자연과 인정의 손길

장을 담아두는 항아리도 그 장의 맛을 숙성시키고 보존하는 등의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일입니다.
먼저 그 독(항아리)에 대한 생각과 의미, 정감 등의 이야기로, “장 맛 좋은 집”의 아름답고 흐뭇한 삶들을 이야기하여 보겠습니다.

외롭게 독하나 있는 뒤뜰보다는 옹기종기 항아리며 작은 오지가 놓여있는 풍경!
이 얼마나 흐뭇한 고향의 정취인가요.
여름 한낮, 뜨거운 햇살아래 뚜껑을 열어놓은 장독대의 된장독이며 간장, 고추장독을 보면. 얼마나 넉넉히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있는가 다시금 깊이 생각 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여기에서 우리의 잊고 지내던 고향과 어머니의 인자하시기 그지없으시던 행주치마며, 우리의 그 티 없이 맑고, 철모르던 유년이 사무치기도 하거니와 넉넉한 마음 바탕을 지니기를 가르치지 않는지요.
우리도 이같이 무엇인가를 넉넉히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있는지, 혹 무겁게 닫혀있는 독으로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보는 자성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리라 생각되어 지는 시간입니다.

뭐 그 장독대에 봉숭아와 채송화, 수국이나 비비추, 과꽃 같은 우리의 향수어린  꽃들이나 고즈넉하니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당히 가리운 돌담장은 없어도 말입니다.

 

흙으로 돌아가는 그릇

황토흙에다 참나무 등의 활엽수의 잎이 썩어 만들어지는 부엽토로 형태를 빚고, 재를 물에 풀어 만든 잿물을 입혀 뜨거운 인고의 불 속에서 구워내는 옹기!
우리네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그릇을 살펴보았을 때 가장 자연친화적이고 자연에 가까운 그릇인 것이 바로 이 옹기입니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몸에도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그릇이지요.
옹기그릇은 잘만 사용하면 백년이상 쓸 수 있습니다. 정겹게 사용하던 그릇이 금이 가고 깨졌다 할지라도, 그릇의 성분자체가 자연의 것이었기에 본시 왔던 흙으로 돌아가는 천성적 성품을 지닌 군자와 같다 하겠습니다.
유약을 입힌 자기는 수백 년 이상, 심지어 1,000년 이상의 시간을 거슬러서도 땅 속에서 부서진 조각으로도 발견되는 것과는 달리 이 순박하고 천성적으로 천품의 성품을 지닌 옹기는, 그 조각이 거의 발견되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자연에서 취한 자연의 형태를 가장 잘 닮은 그릇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어찌 보면 사람의 육신과 같은 모습이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나서 자라고 삶을 영위하다 늙어 생명이 다 하여 땅으로 돌아갔을 때,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금 무위자연 흙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우리들이나, 흙에서 생명을 얻어 옹기로써의 본분을 다 하고 그릇으로서의 생을 마감하였을 때, 다시금 흙으로 돌아갈 줄 아는 모습은 너무도 깊은 연관이 있고 닮았다 아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렇듯 그 지닌 품성이 자연 그 자체이기에 음식의 맛을 고스란히 지키고 보존하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그 항아리를 닦고 어루만져주는 우리의 어머니와 누이, 사랑스런 아내가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아니 되겠지요.
소중한 님들의 정성 덕에, 장맛이나 음식의 그 깊고 풍부한 맛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그 맛있는 음식으로 하여 세상에서 지치고 병든 내 육신을 강건케 하니 이 얼마나 복되고 즐거운 일인가요.

 

이번에는 이쯤에서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늘 새로운 마음으로 충실한 자료를 토대로 장 맛 좋은 집은 계속 여러분을 만날 것입니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74296

출처 : 寒士의 문화마을

글쓴이 : 한사 정덕수 원글보기

메모 :